티스토리 뷰
세상에는 여러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지녀 그 재능을 갈고 닦아 성공한 인생을 보내는 사람, 살리지 못하여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사람. 태생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걸 극복해낸 사람들, 일반인 등. 이 세상은 알파와 베타와 오메가로 나뉘어져 있었다. 알파는 대부분이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알파의 부모들은 거의 어느 한쪽이던 특별 분야로 성공한 사람들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베타는 일반인이었다. 가장 많고 평범한 그런 일반인들. 극소수는 뛰어난 재능의 가능성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확률은 높지 않았다. 오메가는 알파와 베타보다는 신체구성이나 타고난 재능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메가가 딱히 뒤쳐져있다거나 서열이 낮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오메가와 베타와 알파는 공존했고, 현재 농구부의 주장이자 유닛 유성대의 리더인 모리사와 치아키도 오메가 였으니까.
-
치아키가 제일 처음 진단을 받은 건 초등학교 입학 직전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시기 첫 검사를 받고 사람들은 첫 검사에 나온 진단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 소수인원을 제외하고. 알파와 오메가는 열성과 우성으로 나뉘어진다. 열성은 알파와 오메가가 지닌 특성이 옅다. 페로몬도 옅은 편이고 히트 사이클이나 러트의 기간도 우성보다 짧다. 오메가의 열성은 거의 베타와 같지만 베타와는 다르고 우성과는 같은 유일한 점이 있었다. 남녀 구분없는 임신. 하지만 아직 어린 치아키에게는 해당이 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자신이 오메가이지만 그 사실을 잊고 다른 베타, 알파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장해갔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 직전 치아키에게 첫 히트사이클이 찾아왔다. 하지만 치아키는 자신은 열성이니까 금방 지나갈 것이라며 방치했다. 히트사이클이 찾아올 시기에 맞춰 억제제를 복용하려 하였으나 떨어진 것에 눈치챘고 시기 계산을 잘못한건지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한 몸을 어찌 세워서 밖으로 나왔다. 처음 겪어보는 히트사이클에 열성이라도 이 정도의 과정은 모두가 겪어본 것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저를 쳐다보는 것에도 눈치채지 못했고 열이 많이 달아올라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으나 단지 몸상태가 좋지 않을 뿐이라며 되뇌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약국에 도착한 치아키는 열성 오메가 억제제를 구매했다. 약사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치아키는 여유가 없었기에 그런 약사의 표정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 억제제를 복용했다. 금방 가라앉을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히트사이클의 기간은 길었다. 며칠 후 완전히 회복한 당일 치아키는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고 예상 외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열성이 우성으로 변화했다는 것이었다. 이 현상은 드물게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치아키가 그 대상이 된 것이었다. 우성은 열성의 히트사이클 기간이 길었고 풍기는 체향도 전체적으로 짙어진다고 하였다. 그에 치아키는 얼마 전 약국에 들렀던 일을 떠올렸다. 약사는 짙은 향을 풍기는 제가 우성 오메가 억제제가 아닌 열성 오메가 억제제를 달라고 하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이해가 된 치아키는 검사 결과와 함께 이번에는 제대로 된 우성 전용 오메가 억제제를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치아키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유메노사키 학원에 입학하여 부활동으로 농구부를 택했을 때 치아키의 주위는 걱정부터 했다. 농구부는 많은 부원들이 알파였다. 키도 크고 운동 신경도 뛰어났다. 하지만 치아키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이래뵈도 운동신경 하나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실제 치아키는 다른 오메가들보다 운동신경이 좀 더 뛰어난 편이었고, 부원들은 치아키를 베타나 알파로 생각했다. 그런 속에서 2년, 현재는 3학년이 된 치아키는 농구부와 유성대를 모두 훌륭하게 이끌고 있었고 3학년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갔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수고많았다! 정리가 끝나면 조심히 돌아가라!"
밖은 아직도 눈이 내리는 한겨울, 이 해는 밖도 실내도 유독 차가운 한 해였다. 하지만 이 강당만큼은 어느 곳보다 열이 물씬 달아올라 있었다. 농구부의 활동은 이제 막 끝난 직후였고 열심히 뛰어다닌 덕에 부원들은 추위를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활동 이후 널려있는 공들과 눈 때문에 미끌거리는 바닥에 부원들 모두 뒷 정리를 바로 시작했다. 1학년들은 공을 주웠고, 남은 학년들은 강당의 바닥청소 및 기구나 부품의 관리를 담당했다. 정리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사람은 무리를 지으면 대화를 한다. 그리고 농구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뒷 정리를 하면서 부원들 몇몇은 자신들이 들어온 소문에 대한 화제를 꺼냈다.
"모리사와 선배, 우성 오메가라는 소문이 있는데 진짜일까?"
"설마, 저 운동신경이 우성이라고?"
"그렇지만 체형이나 체향도 알파나 베타라고 하기에는 미묘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모리사와 선배가 오메가. 주위에 굴러다니는 공들을 줍고 있던 미도리는 우연찮게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생각에 잠겼다. 미도리는 우성 알파였다. 어렸을 때부터 귀여운 인형을 좋아하고 곧잘 단 냄새가 났다. 그래서 부모님도 미도리는 오메가라고 생각했고 첫 검사를 보러 갔다. 하지만 결과 진단서에 우성 알파라는 도장이 꾹 찍혀있었다. 부모님은 좋아하셨다. 알파는 여러모로 가진 게 많은 편이었고 재능만 개화한다면 그 재능을 살려 성공할 수 있으니까. 딱히 알파와 오메가의 구분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미도리였지만 학교에 진학하고 알파가 무엇인지 타인들을 통해 깨달았다. 알파가 어떤 사람이고 알파도 나뉠 수 있다는 것을, 우성과 열성의 차이를.
미도리는 오메가와의 접촉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언제나 사람들과의 만남을 별로 원하지 않았고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지금까지 러트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부활동의 가입은 필수였고 어느 부활동에 가입할지 경험이 없는 미도리는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어느 날 모리사와 치아키라는 선배가 자신을 찾아왔다.
"타카미네 미도리는 여기 있나!"
"저임다만……"
"오! 네가 그 타카미네구나!"
"무슨 볼 일이라도……"
"너 오늘부터 농구부의 부원이 되었으니까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럼 나중에 보자!"
어이가 없었다. 입부하지 않겠냐는 권유도 아닌 그냥 오늘부터 부원이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미도리는 난생 처읍 보았다. 그렇지만 스포츠부는 자신과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에 매우 귀찮았지만 강당으로 향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타와 알파였다. 물론 오메가도 적잖아 있었지만 전부 희미한 열성이었다. 열성은 히트 사이클이 오더라도 거의 티가 나지 않았고 근처에 다가가야 달달한 향이 날 뿐이었다. 열성의 페로몬은 약하기 떄문에 알파들이 러트 시기나 지나치게 가까이 가지 않으면 문제가 될 일도 없었다. 심지어 우성에게는 더욱 통하지 않았기에 미도리는 그대로 농구부에 입부했다.
미도리는 항상 뛰어난 운동신경과 리더쉽으로 농구부 전체를 움직이고 이끌어가는 모리사와 선배를 당연히 알파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의 재능들은 대부분 알파에서 많이 발견되는 특징들이었다. 초,중학교를 나오면서 그 경우를 알기 싫어도 알 정도로 많이 봐왔다. 저 부원들이 소문을 소근거리는 걸 듣기 전까지 치아키가 알파라는 것에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문을 듣고 설마했던 미도리였지만 부활동을 하면서 이상함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짙지는 않지만 치아키를 스쳐 지나갈 때 특유의 바닐라향과 함께 그 향과는 또 다른 달착지근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듯한 향을 부활동이 끝나거나 하교할 때 종종 느낀 적이 있었다. 그 떄마다 이 사람의 체향은 본래 이런가보다, 바닐라향도 나는걸. 하면서 가볍게 넘겼었다. 소문에 불과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와중에 공을 느릿하게 줍고 다니던 미도리는 갑자기 풍겨오는 정신이 아릿할 정도로 짙은 단내에 코를 손등으로 막았다. 이 향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는거지. 미도리가 아득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고개를 들어 강당을 쭉 둘러보다가 본능적인 감으로 위치를 알아냈다. 자신 뿐만이 아닌 베타와 오메가들을 제외한 모든 알파들이 자신과 같은 방향에 있는 한 사람에게 초점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 대상은 농구부 주장 모리사와 치아키. 의심할 것도 없이 이 짙은 페로몬의 향은 저 사람한테서 풍겨져 나오고 있었고 치아키는 갑작스러운 몸의 열기와 다가온 히트사이클에 어쩔 줄 모르는 듯 그저 부들거리며 몸을 지탱하며 서있을 뿐이었다. 그걸 보고 치아키는 오메가라고 직감했고 순간 머리에 모든 상황이 지나갔다. 위험해, 도망쳐, 선배.
-
실수를 저질렀다. 본래 한번도 빠짐없이 들고 다니던 억제제가 어째서인지 오늘 아침에 유독 찾아봐도 보이질 않아서 히트사이클 기간까지 많이 남았고 이대로 약만 찾아다니다간 지각할 것 같아서 억제제를 복용도 예비 여분조차도 들고 학원에 오지 않았다. 심지어 학원에 있는 동안은 한 번도 미묘한 열기조차 느끼지 않았었고 치아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부활동까지 모두 끝냈다. 이제 정리만 남은 상태였고 다 끝난다면 집에 가서 제대로 억제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랬기에 정리를 서두르는 치아키였지만 신은 무슨 장난을 치는건지. 정리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몸에서부터 타오르는 듯이 올라오는 열기에 단숨에 온 몸에 힘이 빠졌다. 분명 오려면 아직 멀었을텐데 그리고 왜 하필 거의 다 끝나가는 지금 이 순간에 오는지. 애꿎은 타이밍에 찾아온 걸 탓해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강당에는 정리를 아직 계속하고 있는 알파들이 가득했다. 심지어 미도리도 알파였다. 이 상황은 위험했고 빨리 벗어나는게 좋다고 생각한 치아키였지만 도저히 열기 때문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크게 움직이지 못한 채 움찔거리고 있는 사이 치아키의 짙은 페로몬은 강당 전체로 퍼졌고 그에 이성을 잃은 열성이나 소수의 우성 알파들이 치아키한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 돼, 이대로 가다간 난장판이 될게 분명했다. 우성 오메가라도 페로몬이 짙더라도 모든 우성 알파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하지만 치아키의 향은 보통 우성들보다 짙고 강한 편이었고 그에 많은 우성들도 반응했다. 치아키에게 많은 알파들이 몰려들었고 사정거리까지 한 걸음 남았을 때 그림자가 치아키의 앞을 가렸다. 앞을 가린 이 사람은 키가 컸는지 등밖에 보이지 않았고 고개를 들어올리자 깨달았다. 타카미네 미도리. 미도리도 페로몬에 노출되어 얼굴에서 땀과 붉은 감이 보였지만 그걸 필사적으로 누르고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그런 미도리가 고맙기도 했고 또 미안했다.
"타카미네……?"
"선배, 후……진짜 뭐하는거야, 설 수는 있어요?"
"음……그게 실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미도리는 무방비하게 떨며 겨우 서있는 치아키를 바라보다가 다가오는 알파들을 째려보았고 다가오는 대부분의 알파들은 움찔거리며 멈춰섰다. 미도리는 우성알파였고 그 걸 본능적으로 느낀 부원들은 더 이상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 틈을 타 부들거리며 겨우 몸을 지탱하던 치아키를 부축하듯 끌어안아 강당을 빠져나갔다. 지금 이 상태로는 집에도 교실에도 돌아갈 수 없었다. 가는 길마다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미도리는 적당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락커실로 들어갔다. 지금은 정리 중이기도 하고 아무도 오지 않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 곧바로 문을 잠궜고 치아키를 벤치에 앉을 수 있게 조심히 내려주었다.
"타카미네……그, 고맙다."
"후, 무슨 생각으로 페로몬을 그렇게 뿌려대요."
"미, 미안하다."
"억제제는 갖고 있어요?"
"아침에……보이질 않아서 안 갖고왔다……"
이 사람은 정말. 보통 오메가가 억제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두고 올 수 있을까. 이런 사태를 올 수 있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을텐데. 대신 억제제를 사다주고 싶지만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어찌 될지 아무도 몰랐다. 그렇다고 가라앉기를 기다려주기엔 자신도 알파였다. 솔직히 지금 이성을 잡고 있는게 겨우였다. 조금의 변동만 있으면 치아키를 덮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선배, 저 밖에 나가서 문 앞에 서 있을게요."
"타카미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짙은 페로몬에 미도리는 밖에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 순간 등 뒤에서 팍 풍겨오는 향기와 자신을 부르는 치아키의 목소리에 머리가 아찔했다. 선배 그만, 제발 그만.
"저 지금 겨우 참고 있는건데 그렇게 다가오면 선배 덮치지 않을 자신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 최대한 날카롭고 무섭게 말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사람을 본능에 의해 타락시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선배에 향한 이 마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벼운 선후배 간의 마음은 아니겠지. 그것만은 알았다.
"타카미네……나 좀 도와, 다오."
"내 말 어디로 들은거에요, 나도 지금……!"
"타카미네라면 괜찮으니까!"
지금 저 사람은 자기가 뭔 말을 하고 있는건지 알고는 있을까. 분명 후회할텐데. 지금의 자신에게는 유혹하는 이 페로몬과 저 사람을 뿌리칠 수 없다. 나중에 가서 딴 말 하기 없어요. 이건 선배가 잘못한거니까.
"선배, 그 말 잊지 마요."
'앙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도치아] 마피아와 그 메이드 (0) | 2018.05.13 |
---|---|
[미도치아] 크리스마스 선물 (0) | 2018.05.11 |
[미도치아] 히트사이클 Ver.19 (0) | 2018.05.11 |
[미도치아] 딸기맛 사탕 (0) | 2018.05.11 |
[미도치아] 바닐라향 (0) | 2018.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