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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도리가 치아키의 체향이 바닐라향인 것을 모른다는 설정
방 전체에 은은하게 풍겨오는 바닐라향. 지금까지 자신의 방에서 나지 않던 향기였다. 애초에 미도리는 바닐라향과 거리가 멀었지 가깝지는 않았다. 항상 야채 가게의 일을 돕고 학업과 아이돌 활동까지 끝내면 이미 땀투성이가 되는데 그 어디에 바닐라향이 날 만한 일이 있을까. 이 향이 싫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교복 심지어는 방 안까지 은은하고 달콤하게 퍼지는 이 향이 좋았다. 다만 그저 출처가 궁금할 뿐이었다. 자신에게는 이런 향이 나지 않았다. 미도리는 곰곰히 생각했고 한 명의 인물을 추측해냈다. 모리사와 치아키. 그 사람은 자신과 같은 농구부에 유닛활동을 타 멤버들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과연 이 향이 그사람에게서 나는 것일까? 미도리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딱히 다른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자신의 교복까지 스며들정도로 접촉해오는 사람은 치아키밖에 없었다. 자신의 집에 자주 오면서 신체접촉까지 해오는 사람. 치아키였다. 미도리는 치아키에게서 정말 바닐라향이 나는지 궁금해졌고 그걸 확인해보기로 하였다.
"타카미네, 좋은 아침이다!"
아침 일찍부터 집 앞으로 찾아와서 강제적으로 기상시켜서 자신을 학교까지 데려가는 치아키였고 미도리는 몸을 밍기적거리며 늦장을 부렸다. 그런 미도리의 모습에 치아키는 성큼 다가와서 미도리의 옷 단추를 잠가주고 넥타이를 매주었다.
"저기… 제가 할 수 있으니까 선배는 내려가서 기다려주시면…"
"타카미네는 늦잠꾸러기인 것 같으니 내가 도와주마!"
"하아…별로 그런 거 아니니까 괜찮…"
치아키가 옷매무새를 매주러 단숨에 미도리 품쪽으로 들어오자 풍겨오는 은은한 향에 미도리는 확신했다. 아 이사람이다. 이런 향기를 풍기는 사람은 이 사람뿐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뛰어다니는데도 그런 향기를 풍기는 것은 저 치아키 뿐이다. 이 향기가 치아키의 것이란 사실을 알았을때 미도리는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체향인가 향수인가. 어느 쪽이더라도 의외이지만 그저 궁금했다. 치아키는 아이돌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과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땀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좋아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치아키는 언제나 은은한 바닐라향을 풍겼다. 그 이유는 언제나 향수를 뿌리고 있기 때문인걸까. 그렇게 뛰어다니는 활발한 사람의 체향으로 이런 향기가 날까? 그런 의문 속에 치아키가 옷 매무새를 다 잡아주었고 미도리는 가방을 들고 등교했다.
"피곤해, 집에 가고싶어…"
평소 이상의 연습에 미도리는 지친 기색을 보이며 한숨을 쉬었다. 시합이 가까워질수록 치아키는 더 의욕을 보였다. 조금만 더 힘내자 라면서 후배들을 격려했고 그런 후배들도 치아키를 따르며 힘든 연습들을 소화해냈다. 자신의 체력도 한계가 있을텐데 후배들까지 격려하며 챙기고 다니는 저 사람이 신기했다. 얼마나 열심인거야.
"타카미네, 조금만 더 힘내면 된다. 마지막까지 힘내자!"
"피곤하고, 졸린데 슬슬 마무리해도 괜찮지 않슴까?"
"음…그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수고 많았다, 타카미네."
자신의 등을 쳐주며 지나가는 치아키에게서 다시금 바닐라향이 났다. 아 저 향기. 또 어느 사이에 뿌린건지 저렇게 땀을 흘렸는데 지나칠 때 치아키의 향기는 바닐라향만 가득했다. 의외였다. 의외라고 할 것 없이 저 사람도 아이돌이니까 물론 관리는 할 것이다. 하지만 저런 향기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미도리는 시간이 갈 수록 자신의 방 안에 스며드는 바닐라향이 더 좋아져만 갔다. 귀여운 마스코트 캐릭터나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특정한 향기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이유는 잘 몰랐다. 그저 강하게도 약하게도 아닌 은은한 느낌이 좋았을 뿐 이었다.
"아…최악이야. 비까지 오는데 연습이라니…"
날은 무더운 여름, 습기는 높고 후덥지근하며 비가 와도 더웠다. 그런 날에는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둔 채 쾌적하게 지낼 것을 예상했는데 치아키가 우산을 들고 찾아와서는 끈질기게 초인종을 눌러대고는 자신을 기어코 연습으로 끌고나왔다. 거절하고 싶은데 이 사람의 말은 왠지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냥 힘들면 뿌리치면 될텐데. 그게 도저히 안되더라. 강당은 에어컨이 틀어져서 밖보다 쾌적하다는 말을 하며 미도리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아니… 강당이 아무리 시원해도 앞으로 할게 농구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어이없는 말을 하는 것이 이번이 한 두번인가 하는 표정을 지은 미도리는 투덜거리기는 했으나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락커실로 향했다. 많은 강수량에 벌써 교복은 흠뻑 젖었고 찝찝한 기분에서 재빨리 벗어나고자 옷을 벗었다. 옷을 다 벗어 젖은 것은 벤치에서 말리고 락커를 잠군 후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순간 자신을 향해서 한 그림자가 덮쳐왔고 그 직후 뒷통수에 타격을 느끼며 중심이 무너져 넘어졌다. 콰당탕 하는 소리와 통증이 느껴지는 뒷 머리를 만지면서 살짝 눈을 뜬 미도리는 자신의 위에 치아키가 올라타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뭐하는거야 이 사람…
"으… 선배 지금 뭐하는 검까."
"아, 나 때문에 넘어진건가? 미안하다 타카미네. 다름이 아니라 그… 저 것 때문에 잠시 깜짝 놀라서 중심을 잃었다."
"저 것?"
치아키가 약간 부들거리는 손으로 가리킨 끝에는 조그맣게 생긴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 선배 미끌거리고 꿈틀거리는 거 싫어했었지. 아무리 그래도 자신보다 몇 배는 작은 생물체고 아무런 해도 안끼치는데 그렇게 기겁할 일인가. 정말 싫은지 부들거리면서 일어나질 못하는 치아키를 일으켜 세우려고 부딪혔던 뒷머리를 들어올리자 자세가 불안정했던 탓에 치아키의 목 부근에 얼굴이 묻혀버렸고 미도리는 그 때 깨달았다. 바닐라향이 깊게 스며든 듯한 피부의 냄새. 비와 습기때문에 희미하게 나는 물 냄새와 그걸 덮어버리는 듯한 강렬한 바닐라향. 아, 향수 같은게 아니었다. 이 사람이 지니고 있는 향기였다. 사람이 진짜 바닐라향을 풍길 수 있다는 것 미도리는 그 때 처음 알았다. 치아키는 목 부근에서 느껴지는 간질함에 미도리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고 그 순간 큰 손이 자신의 손목을 급하게 끌어당겨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미도리는 치아키의 손목을 끌어당긴 자신의 행동에도 당황했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건 이 달콤한 향기를 더 맡고 싶었고 떠나가는 치아키를 붙잡고 싶었다.
"타, 타카미네…?"
"선배, 잠시만 가만히 있어줄래요?"
자신의 말에 치아키는 아무말 없이 미도리 위에 엎어져 있었고 미도리는 그런 치아키를 꼭 끌어안았다. 은은하게 느껴지던 바닐라향이 직접 닿은 피부에 전해지듯 오늘따라 더 진하게 느껴졌다. 녹을 듯이 부드러운 달콤한 향기에 미도리는 그대로 자신의 체향과 함께 치아키에게 묻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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